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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무서워라, ‘경험’ 파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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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의 플랫폼 기업들을 소개한 ‘파괴자들’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책이 나온지 1년만에 그 두 번째 이야기, ‘파괴자들, ANTI의 역습’이 다시 이어집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 기업들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세상을 휘어잡은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전통적인 비즈니스의 영역을 흔들 수 있는 새로운 경험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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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경험’에 대한 무서움을 ‘ANTI’라고 묶은 네 회사를 통해 풀었습니다. ANTI는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테슬라(Tesla), 이케아(IKEA)를 묶은 말입니다.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실제 저자들이 소비자로서 겪은 각 기업들의 이야기가 어렵지 않게 묶여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억지로 묶는 사례를 좋아하진 않지만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네 회사를 이렇게 하나의 이야기로 묶으니 모두를 관통하는 주제가 뚜렷하게 보입니다.

책은 4명의 저자가 모여서 썼는데 그 중에서 현재 한국에 있는 전자신문 김인순 기자와 매일경제신문 손재권 기자를 만나 직접 책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김재연 씨와 엄태훈 씨는 현재 미국에 있어 함께하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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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왜 ‘ANTI’라는 제목을 잡았을까요? 공동저자인 손재권 기자는 “이 책의 핵심 코드는 표지에 쓴 ‘왜 우리는 그들을 두려워하나’에 있다”고 말합니다. 이전 책에 소개했던 기업들은 두려워하는 부분도 있지만 실질적인 경쟁자로 이미 국내에서 경쟁이 시작된 사업들이지만 이 책에 실린 기업들은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그리고 곧 들어오거나 국내 진출을 검토 중인 기업들입니다. 이들이 한국땅에 상륙하는 것 자체가 꽤 큰 위협이 된다고 책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두 기자는 실제 이 기업들이 취재 현장에서 전자상거래, 가구, 전기차, 콘텐츠를 언급할 때 모든 상황에서 빠지지 않는 이야기라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이 회사들은 아직 국내에서 본격적인 영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곧 이케아가 국내 사업을 시작합니다. 사실 이케아는 다른 기업들처럼 IT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이케아 이야기는 이미 유학생을 비롯해 해외에서 생활했던 이들을 통해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케아 쇼룸에서 눈이 휘둥그레졌던 경험담들입니다. 이미 가구 관련 기업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 뭘 두려워하는 걸까요? 막대한 창고형 유통 공룡이라는 이미지에만 겁먹고 있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업들에 대한 두려움은 업계의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소비자들은 이 기업들을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그 질문이 네 명의 저자를 한 자리 모았습니다. 각자가 겪은 아마존, 넷플릭스, 테슬라, 이케아를 경험해본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왜 우리는, 소비자들은 이 회사들의 국내 진출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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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만들어진 계기는 ‘공포’에 있었겠지만 이 책을 이끌어가는 중심은 ‘경험’에 있습니다. 책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는 그 경험에 대해 얼마나 소홀하게 생각하고 있었나 돌아봅니다.

“책 속의 회사들은 소비자에게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경험을 주고 있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고, 소비자는 그 경험에서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반대로 한국은 당장 제품을 많이 파는 데 주력합니다. 한국의 고가 프리미엄 마케팅이나, 웰빙 같은 열쇳말들도 결국 꺼풀이 벗겨질 겁니다. 이제는 해외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게 어떻게 보면 기존 사업 형태에 대한 ‘안티’로 나타나는 것 아닐까요.”

’경험을 판다’는 이야기는 애플스토어가 가장 잘 알려진 사례일 겁니다. 모든 것이 제품에 대한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연결해 놓았고, 그 안에서 제품 뿐 아니라 즐거운 기억들을 가져갑니다. 그 대가는 매출과 재방문 등 기업들이 갖고 싶어하는 것들로 이어지겠지요. 이케아의 쇼룸도 오랫동안 그 역할을 해 왔습니다. 전기차의 경험은 느껴봐야 알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바꿔 놓은 콘텐츠 경험은 TV앞에 앉아야 했던 콘텐츠 경험을 바꾸고 있습니다. 아마존이 연구하는 쇼핑 경험은 드론이나, 스마트폰 등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저자들도 이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이 회사들은 이미 그 이름 자체가 동사가 되고 있습니다. 이미 구글링이라는 말은 검색한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비슷한 의미로 ‘두잉 아마존'(Doing amazon)이 쓰이고 있고, 콘텐츠를 개인화해서 보여준다는 말은 ‘넷플릭시케이션(Netflix-ication)’이라는 말로 연결됩니다. ‘전기차’라는 말은 곧 ‘테슬라’가 떠오르지요. 이케아는 그 자체로 저렴하고 합리적인 소비라는 메시지를 머릿속에 띄웁니다. 사실상 파괴라기보다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봅니다.”

결국 이 회사들이 하나하나 국내에 자리를 잡을수록 기존 경제 환경에서 밀려나게 될까요? 시장은 적자생존이고,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밀려나지 않기 위해 기업들은 끊임없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자극은 역시 직접 경쟁입니다.

“시장개방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예전에는 정부가 규제로 막아 국내 기업들을 보호했습니다. 이후에 국내 기업들이 자생력이 있다고 판단될 때마다 규제가 서서히 풀려갔습니다. 하지만 21세기의 시장 개방은 소비자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게 FTA 수준의 효과를 낳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폰’입니다. 아무리 막아도 결국 시장이 원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케아인데, 그 영향력은 많은 시장이 알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 진출은 서서히 이뤄집니다. 한국도 결코 빠른 편은 아니지요. 결국 시장은 새로운 가치를 원하고, 다소 무뎌진 기득권들의 변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위협은 되겠지만 무너지지 않을 걸로 봅니다. 우리는 그런 유전자를 갖고 있습니다. 피자헛이 있었기에 미스터피자가 나왔고, 유튜브로 싸이를 낳았습니다.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자극은 아이폰이었습니다. 아이폰에 반응하는 국내 시장이 삼성전자의 체질을 바꿨고, 결국 스스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제조와 부품 등 수직계열화를 통해 경쟁력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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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도 시장은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닥치지 않았기 때문에 뭔가 결단을 내리기도 어렵습니다. 우리는 경험을 팔고 사는 소비에 익숙지 않기 때문입니다. 껍데기만 그럴싸하게 가져다 놓고 결국 그 안에서 단기적인 매출을 셈하는 사례를 많이 봐 왔습니다.

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 업계는 안전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사실 빠른 기술의 변화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차량은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플랫폼이고 누구나 새로운 기술로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토대인데, 실제로 그렇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손재권 기자는 빨리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보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2012년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머물고 있었을 때 미국에 찾아온 사람들은 모두 구글, 애플에 가보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테슬라를 한번 가보라고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는 안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100가지는 꺼내놓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테슬라는 전기차가 잘 될 수밖에 없는 100가지 이야기를 차량으로 만들고 경험하게 했습니다.”

저도 테슬라의 경우는 저도 미국에서 잠깐 경험해봤고, 국내에서도 BMW i3를 통해 전기차가 가진 매력과 기대, 그리고 걱정거리를 생각해본 적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i3를 바라보는 국내 분위기는 잠깐의 관심 뒤에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걱정들이 지배적입니다. 세제 지원에 대해 “왜 해외 기업에 세금을 퍼주나”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자신문 김인순 기자는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의 경험만이 주도권을 바꿀 열쇠라고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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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한국 시장에 준비나 검토 없이 전기차를 꺼내놓지는 않았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전기차가 자리잡기 쉬운 지형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BMW가 문을 열었고, 중국과 일본에 이어 테슬라가 국내에 들어오는 것도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밖에서는 뜨거운데 정작 국내 기업들만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국내의 경험과 가치가 해외로 나갈 가능성도 여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셀카봉이라고 합니다. 이미 그 인기가 유럽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셀카봉의 인기 역시 우습게 보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에게 스마트폰은 똑똑한 전화기를 넘어서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것이 저자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경험, 영어로는 ‘experience’입니다. 제게는 약 10여년 전부터 HP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이 제품 전면에 꺼내 놓았던 개념입니다. 단어도 생소했을 뿐더러 그 의미도 잘 와 닿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제품만으로 느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직 우리 시장이 그렇습니다. 늦은 건 아닐 겁니다. 경험의 가치 역시 ‘경험’하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습니다. 이들 기업의 국내 상륙을 두려워하고 막기보다 철저히 준비하고 기회로 삼아 많은 산업이 발전하고, 또 세계로 나가는 기회가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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